화투점 12월 패 뜻 · 손님 · 불청객 · 소식
비 오는 날, 손님이 든다.
※ 화투 열두 달 가운데 마지막 달 패를 이릅니다. 달력 12월의 운세가 아닙니다.
버드나무에 제비가 날고 가는 비가 촉촉이 내리는 패입니다. 멀리서 손님이 찾아들고 뜻밖의 소식이 옵니다. 비가 마른 땅을 적시듯 그동안의 수고가 조용히 결실로 스며드는 때입니다.
열두 달을 통틀어 나무 한 그루가 넉 장에 다 걸린 달은 이 달뿐입니다. 광에도, 열끗에도, 띠에도, 홑껍데기에도 축축 늘어진 버들가지가 드리워 있습니다.
버들은 이별의 나무였습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장안 동쪽 다리에서 떠나는 이를 배웅할 때 버들가지를 꺾어 쥐여 주었습니다. 버들 류(柳) 자가 머무를 류(留) 자와 소리가 같아서, 가지 말라는 말을 차마 못 하고 가지 하나를 건넨 것입니다. 이것을 절양류(折楊柳)라 합니다.
우리에게도 그 마음을 적은 글이 있습니다. 조선 선조 때 함경도의 홍랑이 서울로 돌아가는 최경창에게 버들가지와 함께 시조 한 수를 보냈습니다.
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듸
자시난 창 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에 새닙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밤비에 새잎이 돋거든 나인가 여겨 달라는 말입니다. 버들과 밤비, 열두째 달 패에 그려진 그 둘이 이 짧은 노래 안에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이 패의 손님은 낯선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래전에 보낸 사람이 소식으로 돌아오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광을 보면 도롱이 대신 우산을 든 사람이 개울가에 서 있고, 발치에 개구리 한 마리가 뛰어오릅니다.
이 그림의 내력은 저쪽 이야기입니다. 글씨를 잘 쓰려다 뜻대로 되지 않아 붓을 꺾으려던 사람이 있었는데, 비 오는 날 개구리가 버들가지에 오르려고 몇 번이고 헛뛰다 마침내 올라타는 것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화투에도 그 장면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내력이 어디서 왔든, 이 광이 왜 열두째 달에 놓였는지는 분명합니다. 마지막 달의 마지막 광입니다. 될 듯 말 듯 하던 것이 마지막 한 번에 되는 그림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저쪽 패에서는 버들이 열한째 달이고 오동이 마지막 달입니다. 우리는 그 순서를 바꿔 오동을 앞에 두고 비를 맨 뒤에 두었습니다. 한 해를 봉황이 아니라 비로 닫기로 한 셈입니다.
열두째 달은 광 한 장, 열끗 한 장, 띠 한 장, 홑껍데기 한 장입니다. 넉 장이 모두 다른 종류인 달은 이 달뿐입니다.
광 다섯 장의 마지막입니다. 학문과 결실, 끝매듭의 큰 복을 뜻합니다.
붉고 노란 제비가 버들가지 사이를 납니다. 멀리서 오는 손님과 반가운 소식입니다.
민무늬 붉은 띠입니다. 다만 이 띠는 홍단에도 초단에도 들지 않습니다. 비의 띠는 따로 셉니다. 미뤄 둔 약속과 문서가 마무리되는 자리로 읽습니다.
붉은 바탕에 검은 덩어리가 놓인 한 장입니다. 홑껍데기 두 장 몫으로 치는 쌍피입니다. 열한째 달 오동 쌍피와 함께 판에서 값이 큰 홑껍데기입니다.
재수떼기는 손패를 한 장씩 깔아 같은 달 넉 장이 모이는지를 보는 점입니다. 비가 넉 장을 채우면 그날은 오는 사람과 오는 소식 쪽으로 기운이 몰립니다.
비 패는 판에서 유난히 눈에 띕니다. 그림이 어둡고 붉은 데다 넉 장 모두 생김새가 달라, 한 장만 깔려도 비라는 것을 압니다. 고스톱에서 비를 따로 취급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문을 열어 두는 날입니다. 찾아오는 사람도, 걸려 오는 전화도 이 패에서는 대체로 복 쪽입니다. 미리 재고 가리기보다 일단 맞아들이는 편이 낫습니다.
다만 손님과 불청객은 다릅니다. 가려야 할 때는 문을 닫는 대신 문턱에서 인사하십시오. 이 패의 조언이 "부드럽게 가리라"인 것은 그 뜻입니다. 비는 막을 수 없고, 우산은 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