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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싸리 (등나무·두견)

화투점 4월 패 뜻 · 구설수 · 가까운 사람과 다툼

말조심하면 탈이 없다.

※ 화투 열두 달 가운데 넷째 달 패를 이릅니다. 달력 4월의 운세가 아닙니다.

말조심하면 탈이 없다.

늘어진 가지 아래 두견이 구슬피 우는 패입니다. 가까운 사람과 말다툼이나 구설수가 생기기 쉬운 자리이니, 입을 무겁게 하고 한 발 물러서면 탈이 비껴갑니다. 오해는 일찍 풀고 다툼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며, 참은 만큼 복이 됩니다.

싸리가 아닙니다

흑싸리라 부르지만 싸리가 아닙니다. 등나무입니다.

등나무는 꽃도 잎도 아래로 늘어지는 덩굴입니다. 본래 패에서는 그 늘어진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우리 쪽으로 건너오면서 보랏빛 없이 검게만 찍히다 보니 도무지 꽃으로 보이지 않았고, 검은 잎이 줄줄이 달린 모양이 싸리나무를 닮았다 하여 흑싸리가 되었습니다. 이름이 바뀌자 그림도 따라 뒤집혔습니다. 싸리는 땅에서 위로 자라는 나무이니, 늘어진 그림을 거꾸로 세워 쥐게 된 것입니다. 위의 그림도 그렇게 굳어진 쪽을 따르고 있습니다.

한번 어긋난 이름은 좀처럼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패의 상징이 하필 말인 것이 공교롭습니다.

우는 새

열끗을 보면 붉은 달을 등지고 새 한 마리가 화면을 가로질러 납니다. 두견입니다.

두견은 이름이 유난히 많은 새입니다. 자규(子規), 두우(杜宇), 귀촉도(歸蜀道), 불여귀(不如歸), 그리고 접동새. 나라를 잃은 촉나라 임금의 넋이 새가 되어 돌아가지 못한다고 운다는 옛이야기에서 나온 이름들입니다. 게다가 국어사전에는 소쩍새라고도 올라 있는데, 소쩍새는 올빼미과에 드는 전혀 다른 새입니다. 울음이 둘 다 구슬퍼서 옛사람들이 굳이 가려 쓰지 않은 탓입니다.

우리 옛글에서 이 새는 늘 억울한 사람 곁에서 웁니다. 고려의 정서는 참소를 입어 동래로 쫓겨난 뒤 "산접동새는 이슷하요이다" 하고 노래했습니다. 저 산의 접동새가 내 신세와 비슷하다는 말입니다. 말 때문에 자리를 잃은 사람이 우는 새에 제 처지를 견준 것입니다.

이조년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다정도 병인 양하여. 넷째 달 패가 말하려는 바가 이 한 구절에 들어 있습니다. 정이 없어서 나는 탈이 아니라, 정이 많아 한마디를 더 얹다가 나는 탈입니다.

넉 장이 이렇게 짜입니다

넷째 달은 열끗 한 장, 띠 한 장, 홑껍데기 두 장입니다. 광은 없습니다.

열끗 — 두견

붉은 달을 등지고 새가 납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말과 소식을 뜻합니다. 들리는 것이 다 사실은 아니니,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이 패를 다루는 법입니다.

띠 — 붉은 띠

비스듬히 걸린 붉은 띠인데, 앞의 석 달과 달리 글씨가 없습니다. 글씨가 적힌 붉은 띠 석 장을 홍단이라 하고, 이렇게 민무늬인 것은 초단이라 하여 따로 셉니다. 같은 붉은 띠라도 값이 다릅니다. 겉이 같다고 속까지 같지는 않다는 말이 이 패에 그대로 놓여 있습니다. 말과 문서로 인한 구설을 특히 조심할 자리입니다.

홑껍데기 — 잎 두 장

검은 잎이 줄줄이 달린 두 장입니다. 소소한 입씨름으로 읽습니다. 웃어넘기면 그만인 일들입니다.

분야별 풀이

재수떼기에서 흑싸리를 만나면

재수떼기는 손패를 한 장씩 깔아 같은 달 넉 장이 모이는지를 보는 점입니다. 흑싸리가 넉 장을 채우면 그날은 말 쪽으로 기운이 몰립니다.

광이 없는 달이라 판에서 요란하지 않습니다. 검은 잎만 그려진 두 장은 일곱째 달 홍싸리와 헷갈리기도 쉽습니다. 붉은 기가 돌면 홍싸리, 검기만 하면 흑싸리입니다. 이 패는 판 위에서도 사람을 헷갈리게 합니다.

이 패가 나왔다면

입을 다무는 날입니다. 들은 말은 옮기지 말고, 할 말은 하루 재웠다 하십시오. 시비가 붙으면 이겨도 손해이니 먼저 자리를 뜨는 쪽이 어른입니다.

다만 말을 아끼라는 것이 마음까지 닫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오해는 묵힐수록 값이 비싸집니다. 아껴야 할 것은 옮기는 말이고, 서둘러야 할 것은 푸는 말입니다. 이 둘을 갈라 쓸 줄 알면 넷째 달은 조용히 지나갑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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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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